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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모닥불


지난 주간 목사님들과 강원도의 한 바닷가 해변에 둘러앉았습니다.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쌀쌀 했고, 추위를 달래기 위해서 작은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추운 날씨에 모닥불로 둘러앉은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은 지난날의 추억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참 오랫만이다...! 옛날에는 이렇게 모여 앉아 찬양하곤 했었는데...!”

 

한때 그곳에 모인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주일학교 전도사로 혹은 교사로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감당했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그 모닥불을 보면서 그 옛날의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벌써 30년을 훌쩍 넘긴 옛날의 그 일들인데 마치 어제의 일처럼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수련회를 갔던 곳, 청년들과 밤을 지새우던 이야기, 그렇게 우리는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통기타 소리에 맞추어서 찬양도 불렀습니다. 그 옛날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렀던 노래들도 기억을 더듬어서 불러보았습니다. 그렇게 노래와 웃음으로 지나간 추억을 노래했습니다.

 

그 즐거움이 가득한 찬양에 또 하나 묻어나는 것은 아쉬움이었습니다. 지난날 청춘의 시절에 꿈을 가지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왔지만, 우리가 남겨놓은 것을 생각해 보니 많이 부족함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돌고 돌아서 청춘도 잊어버리고 중년의 막바지에 서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무엇을 남기기 위해서 달려가야 할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모닥불 앞에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야 했습니다. 혹시나 또 많은 시간이 흘러서 그때도 여전히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과 염려가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

 

어떤 노래하는 시인이 불렀던 모닥불이라는 노래가 마치 우리의 인생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의 인생은 연기처럼 타고 남은 잿가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마치 모든 것을 태울 듯이 뜨겁게 타오르던 모닥불이 사라짐 같이 우리의 인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닥불이 꺼져 버렸고, 모두가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그 밤을 아름답게 보내었습니다.

 

새벽에 홀로 일어나 모닥불에 타고 남긴 잿가루를 들추어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안에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불씨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다시 한 번 불꽃을 일으켜 달라는 듯 바람에 불꽃이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닥불은 모두가 버리고 간 화로에서 홀로 밤새도록 불씨를 태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불씨는 나에게 우리 인생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인생은 불타고 흔적 없이 사라지지만, 우리의 인생이 씨앗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억합시다. 우리 인생이 타오르고 나면 마지막에 인생의 소중한 씨앗을 남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결국 우리가 피우지 못한 또 다른 큰 불꽃을 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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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닥불
  • 2018-06-21
  • 김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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