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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버려진 숫돌


지난 가을에 권사님들과 정선의민둥산 억새축제에 다녀왔었다. 왕복 5시간 이상 걸리는 조금은 힘든 산행이었다. 산을 오르면서 눈에 띄는 돌이 있었다. 칼을 갈 때 사용하는 숫돌이 보여서 쓸 만한 것을 골라들었다. 작은 것 하나, 큼지막한 놈 하나, 그렇게 숫돌 두 개를 주워들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점점 그 돌들이 무거워짐을 느껴진다. 그래도 이왕 주워들은 것을 포기할수 없어서 고생에 고생을 더해 숫돌을 버리지 못했다. 오히려 중간에 깨끗한 개울을 만나서는 차가운 물에 시린 손으로 돌을 씻어주었고, 씻어낸 숫돌은 제법 폼나 보였고 근사한 숫돌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힘들게 들고 내려온 숫돌은 지금은 교회 화단의 처박혀있다. 나는 그 숫돌 때문에 힘든 산행에 경치도 구경하지 못했다. 권사님들이 비에 젖으며 길이 미끄러워 고생 할 때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는 오직 그 숫돌이 중요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민둥산의 산행에서 내가 기억이 남는 것은 숫돌을 들고 온 것 밖에는 없다. 어떤 권사님은 그때의 산행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허리통증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나는 그때 그 권사님과 나란히 내려오면서 권사님이 힘들어하는 모습보다 돌멩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것으로 교회의 모든 칼을 갈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숫돌을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숫돌은 교회화단에 처박혀 있다. 교회 주방의 한 자루의 칼도 갈아주지 못하고 그렇게 버려진 것이다. 오늘 그 숫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한 번도 쓰이지 않고 버려질 것들을 내가 왜 그렇게 기를 쓰면서 힘들게 들고 내려왔을까? 어쩌면 나는 너무 단순한 게 아니었던가? 그날 권사님들과 좀 더 많은 다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대화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돌멩이가 뭐라고 그 귀한시간을 그렇게 낭비하고 말았을까?

사람들은 때로는 소중한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작은 욕심에 빠져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다행히 나에겐 우리 소중한 권사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또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우리의 작은 욕심에 단 한번 밖에 없는 기회를 잃어버린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욕심일까?

 

그런데 우리는 정말 우리의 작은 욕심에 빠져서 소중한 만남을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은 다시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혹시나 주님을 만날 시간이 내 욕심으로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잠시 내가 소중히 여기던 욕심을 내려놓자! 가능하다면 내 손에 쥐고 있는 숫돌을 멀리 던져보자! 그 순간 아름다운 삶이 보이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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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숫돌
  • 2017-03-28
  • 김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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