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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선생님의 의자


설교를 준비하다 문득 오래전 선생님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김상희 선생님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마지막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을 때였습니다. 이제 며칠만 학교에 가면 졸업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학교에 가도 선생님이 가르치는 시간보다 자습을 하는 시간이 많았 습니다. 우리는 빨리 졸업식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지루한 날을 자습보다는 소소한 장난과 잡담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선생님은 친구 한 명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선생님의 자리에 앉게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한명씩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간혹 웃기도 했고 고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친구는 손을 잡아주었고, 안마를 받은 친구도 있었 습니다. 우리 반 꼴지는 선생님이 꼭 안아 주기도 했습니다.

 

내가 선생님의 자리에 앉아본 것은 그 다음날 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택아 이리와...!” 선생님이 나를 부를 때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걱정과 달리 선생님은 정말 그냥 아무 말이나 하고 계셨습니다. 어느덧 나도 선생님의 물음에 아무 말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자리에 앉아보니 아이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장난치는 모습, 떠들고 있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재들 너무 시끄러워요...!” “네가 조용히 시켜볼래...!”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선생님의 막대기를 들고... 교탁에 서서 소리쳤습니다.

... 시끄러워...! 조용히 자습해...!”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잠시 부끄러웠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서 소리쳤습니다.

탁 탁 탁...! 이건 선생님의 명령이야...! 조용히 자습해...!”

애들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도 나를 보면서 웃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나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자리에 대한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그 자리는 내가 앉을 수 없는 자리였습니다. 오직 선생님이 앉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1년 동안 나를 바라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쉬는 시간에도 그 자리에 있으셨고, 점심도 우리와 함께 도시락을 드시던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우리와 1년 동안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선생님의 자리에 앉아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졸업식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설교를 준비하면서 그때 앉아본 선생님의 자리가 떠오릅니다. 날 위해서 앉아야 했던 그 자리는 우리들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예수님도 나를 위해서 앉아야 했던 자리가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십자가의 자리에 앉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를 보고 계십니다. 그 자리는 십자가라는 자리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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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의 의자
  • 2018-02-14
  • 김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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