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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보따리 아줌마


우연히 엄마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가 읍내에서 보따리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보따리에 이런저런 물건을 담아서 머리에 이고 동네를 다니면서 보따리 장사를 하셨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집에 찾아오던 벙어리 아줌마 생각이 났다. 이따금 불쌍해 보이는 벙어리 아줌마가 보따리 장사를 하면, 동네 어른들이 필요한 물건을 한 번씩 팔아주었다. 엄마도 그 아줌마가 오면 어김없이 팔아주었다.

엄마 그거 찬장에 있잖아! 어제 샀잖아? 왜 또 샀어...?”

어 그냥...! 사두면 나중에 쓸 수 있어!

엄마는 그 보따리장사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한번은 그 벙어리 아줌마가 찾아와 엄마에게 손짓 발짓으로 말을 했고, 엄마는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잘 가라고...! 잘 가서 잘살라고 말씀하면서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벙어리 아줌마가 이사를 가기 전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던 것이다. 그때 엄마가 벙어리 아줌마를 보면서 환하게 웃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건 정()이었다. 사랑의 정()이었다.

 

지금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보따리장사를 만난다. 한번만 도와주시면 잘살아보겠다는 그분들을 믿고 한 번씩 물건을 팔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쓴웃음을 지을 뿐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는 것일까? 예전에는 서로 돕고 도와주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사랑하며 살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산다. 서로 문을 걸어 잠그고 심지어 이웃과도 이런저런 문제로 다투면서 지낸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성경을 보면 세상은 점점 사랑을 잃어버리고 사랑이 식어질 것이라는 말씀으로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사랑이 식어져 가는 것을 묵인하고 살아야 할까? 하나님은 우리를 향해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어떤 향기를 내고 있을까? 사랑이 식어지면 그 사랑은 상하고 썩은 냄새를 내게 된다. 뜨거운 국물은 입맛을 돋우지만 식어진 국물에는 곰팡이가 피어나고 결국 상하고 썩어버릴 뿐이다. 우리의 사랑이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면 우리는 만난 그리스도의 향기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내 사랑이 차갑게 식어져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사랑은 지금 곰팡이가 피어 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데워야 한다. 말로만 마음으로만 사랑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진실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실한 사랑은 보여주어야 한다. 그 벙어리 아주머니가 이사를 가면서도 그동안 사랑으로 도와준 사람들을 찾아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소중해서 사랑으로 그 손을 잡아주고 사랑한다고 고백 할 수 있는 사랑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리스도의 향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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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따리 아줌마
  • 2017-02-07
  • 김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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